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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Funeral Director Association of Korea

‘사후 주거의 자유’ 제한…거꾸로 간 장사법령
| 대장협 | 조회수 155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 공동대표

 

장례문화 전문가들은 2010년대 초반부터 납골당(納骨堂)의 한계를 예측하고 자연장(自然葬) 운동을 해왔다. 자연장은 화장→납골→자연 산골(散骨·뿌림)이라는 순환 사용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고인의 유해를 납골당에 모시는 기간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십 년까지 유족의 뜻과 능력 등에 따르도록 했다.  

 

지금 전국의 주요 공공 납골당은 예측대로 완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끝없는 수요를 감당하다 못해 포기한 도시도 있고, 정치적 압력에 못 이겨 새로 짓는 곳도 있다. 어떻든 전국 납골당에는 유골이 빼곡하게 쌓여간다. 유럽은 이미 도입한 순환 사용 시스템에 대한 개념이 한국엔 없다 보니 유골이 자연으로 회귀하지 못하고 좁은 공간에 무작정 갇혀 있다. 

 

 


 

 

유골(뼛가루)을 뿌려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산골, 또는 산분장(散粉葬)은 우리나라에서 오랜 역사 동안 많이 사용해 온 장례법이다. 그런데도 장사(葬事)법은 반세기 이상 외면당했으나 오랜 토론 끝에 지난해 1월 드디어 법률에 포함됐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4일 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시행령까지 냈다.

 

문제는 개정 장사법에 산골을 너무 안이하게 정했다는 점이다. 종전에 ‘뼛가루를 수목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이라 했던 것을 ‘~묻거나 해양 등 시행령으로 정하는 구역에 뿌려 장사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시행령으로 미뤘다.

 

그런데 복지부가 만든 시행령은 없느니만 못하게 범위가 턱없이 좁아졌다. ‘~뿌릴 수 있는 장소나 시설이 마련된 묘지·화장시설·봉안시설·자연장지’와 ‘해안선으로부터 5㎞ 이상 떨어진 해양’으로 제한했다. 장사시설 내로 묶고 먼바다로 밀어내 버린 것이다.

 

주위를 한번 돌아보자. 어느 대기업 임원은 어머니 유골을 유언대로 고향 뒷산에 뿌려 드렸다. 그는 “고향에 어머님을 모시니 고향에 더 자주 간다”고 말한다. 경북 안동의 한학자는 “죽으면 평생을 지낸 이 고택 뜰에 뿌려 달라”고 유언했고 그 뜻대로 됐다. 고급 요정을 시주해 사찰로 바꾼 여주인은 뜻에 따라 사후에 그 절 정원에 잠들었다.

 

낚시광인 지인은 “나 죽으면 낚시터에 뿌려달라”고 입에 달고 다녔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낚시 따라다니던 아들 손으로 한적한 한강 변에 뿌려졌다. 호방한 생전의 기질대로 멀리 태평양까지 떠내려갔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이들은 세상을 떠나면 온전하게 자연 속에서 ‘인연이 깊은 사후 주거의 자유’를 누리기를 바란다. 이번 정부의 시행령은 이런 아름다운 영면을 사실상 불법으로 만든 셈이다.

 

복지부는 기존 장사시설 수급계획에 중장기 산골 목표를 30% 이상으로 잡았다. 그런데 과연 국내 장사시설 중에 산골을 이끌 만큼 좋은 시설이 몇 곳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 1년의 준비 기간에 좋은 시설 마련에 얼마나 애를 썼는지도 궁금하다. 필자가 몇 번 돌아본 장사시설의 산골장은 조상을 모시기엔 너무나 격이 떨어지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세계에서 산골 문화가 가장 발달한 프랑스는 전국의 묘지 등에는 의무적으로 화장한 유골을 뿌리는 산골 장소를 둔다. 필자가 직접 가본 곳 중에는 참 아름답고 정겨운 곳이 많았다. 프랑스는 공공장소처럼 특별히 제한할 필요가 있는 곳이 아니라면 어디든 뿌릴 수 있게 자연 산골도 폭넓게 허용한다.

 

일본에서 유골을 자연에 뿌리는 자연장이 한때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법무성은 사회적 풍속으로서 종교적 감성으로 품위 있게 행해지는 자연 산골은 허용하고 있다. 일본 후생성은 장례가 지역 고유의 습속이므로 자연장 허용 여부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몇몇 지자체는 산골 금지 장소를 구체적 조례로 정했다.

 

정부는 정녕 자연 산골을 훼방할 것인가. 국민의 기본권인 거주 이전의 자유를 사망했다고 박탈할 수 있나.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내 고향 뒷동산, 옛집 마당 등에서 영면하려는 소박한 소망마저 외면할 것인가. 장례 업자들의 반발만 눈치 살피지 말고, 많은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기 바란다. 아니면 정부가 저절로 마음이 움직이게 하는 좋은 산골 시설이라도 속히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 공동대표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9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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