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신동준 기자
Q: 50대 여성 K씨는 최근 몇 차례 장례식장을 다녀오며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했다. 조문객이 머무는 시간은 짧아졌고, 식사를 다 비우지 못한 채 자리를 뜨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빈소에는 여전히 육개장과 편육 등의 음식이 한꺼번에 차려지고, 손도 대지 않은 남은 음식과 일회용품들이 버려졌다. K씨는 문득 궁금해졌다. 장례식장 음식은 꼭 지금처럼 차려야 할까. 육개장, 시래기 된장국과 같은 관습적 메뉴에서 벗어나, 좀 더 가볍고 따뜻하며 낭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바뀔 수는 없을까.
A: 우리나라 장례 음식 문화는 본래 각별하고 따뜻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슬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친지와 이웃에게 정성 어린 밥 한 끼를 내는 것은, 유족이 전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감사와 예의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장례의 공간이 집에서 장례식장으로 옮겨가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조문객을 맞이해야 하는 효율 중심의 접객이 강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꺼번에 대량으로 끓이기 쉽고 늦은 시간에도 내기 편한 음식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육개장 같은 메뉴였고, 이 관행이 어느덧 장례식장의 정답처럼 굳어졌다. 문제는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이 공식이 너무 오래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미 장례 문화는 달라지고 있다. 대규모 조문을 받기보다 가족장이나 소규모 장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조문객들이 머무는 시간도 짧아졌다. 특히 조문객의 연령층이 높아지면서 소화가 어렵거나 자극적인 음식이 부담스러워졌다. 한때는 많은 사람을 든든하게 대접하기에 적합했던 상차림이, 이제는 오히려 무겁고 남기기 쉬운 방식이 된 것이다. 많이 차려내는 접객보다, 가볍고 따뜻하며 낭비를 줄이는 '배려'의 상차림으로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 곳곳의 애도 음식에는 ‘고인에 대한 기억’과 ‘산 자를 향한 위로’라는 공통된 마음이 담겨 있다. 멕시코 사람들이 ‘죽은 자의 날’에 고인의 취향이 담긴 음식을 차려 함께 즐기는 것이나, 유대인이 생명과 죽음이 맞닿아 있음을 뜻하는 달걀과 렌틸콩을 나누며 슬픔을 견디는 것이 그렇다. 우리 전통 상례에서도, 고인에게 끼니를 올리는 상식(上食)을 통해 고인을 기억하고 남은 이들을 위로하는 관념이 살아 있었다.
그렇다면 장례식장 음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장례문화와 조문객의 변화에 맞는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해본다.
첫째, 고인을 추억하는 '기억의 한 접시'다. 빈소 한편에 고인이 즐겼던 소박한 음식이나 차를 상징적으로 비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이는 음식을 접객 도구가 아닌 고인을 기리는 매개로 활용한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두는 방식이다.
둘째,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배려 있는 기본식'이다. 육개장 같은 메뉴를 벗어나 누룽지탕이나 죽처럼 소화력이 약한 분들에게도 부담이 없는 메뉴를 준비하자. 이는 점차 늘어나는 고령 조문객을 향한 현실적이고 세심한 예우가 된다.
셋째, 온기를 살린 '정성 어린 간소식'이다. 미리 차려져 식어버린 음식 대신, 따뜻한 온면이나 온도를 유지한 전통차와 다과를 고려해 보자. 가짓수는 줄이되 음식의 온도를 높임으로써, 짧게 머무는 조문객에게도 상주의 진심을 오롯이 전할 수 있다.
상차림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미리 한 상 가득 차려내기보다 필요한 만큼 덜어 먹는 ‘세미 뷔페형’이나 ‘소반 차림’이 더 현실적이다. 그래야 음식 쓰레기가 줄고, 유족도 푸짐한 대접이라는 심리적 부담과 경제적 낭비에서 자유로워진다.
이런 변화는 환경적으로도 뜻깊다. 4월 22일 ‘지구의날’을 맞아 돌아본다면 장례식장은 막대한 음식과 일회용 쓰레기가 발생하는 공간이다. 막대한 음식 쓰레기와 함께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일회용 폐기물이 연간 2,300톤에 달한다고 하는데,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도입한 서울의료원 사례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 병원에 따르면 장례식장에서 음식 제공에 다회용기를 이용하면서 쓰레기 배출량이 약 80%(빈소당 평균 쓰레기봉투 소비량 6.3개→1.3개)나 감소했다. 음식을 바꾸고, 음식을 덜 남기고, 관련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도 조문객을 예우하는 '지속 가능한 애도'의 모색이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산업전공 교수·미국 장례지도사 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926781?sid=110
|